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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를린 연극] 무기수들이 펼치는 잔혹한 독백, JVA 테겔 교도소의 야외 연극 '칼리굴라. 인페르노'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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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를린 연극] 무기수들이 펼치는 잔혹한 독백, JVA 테겔 교도소의 야외 연극 '칼리굴라. 인페르노'

부지런한나무늘보 2026. 6. 11. 0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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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를린에서 가장 강렬하고 감동적인 무대를 만나고 싶다면, 화려한 극장가가 아닌 삼엄한 감시탑과 철창이 있는 교도소 마당으로 가야 할 것 같습니다.

 

베를린 교도소 수감자들로 구성된 연극 극단 ‘아우프브루흐(Aufbruch)’가 테겔 교도소(JVA Tegel) 안마당에서 선보인 야외 신작 ‘칼리굴라. 인페르노(Caligula. Inferno)’에 대한 생생한 현지 리뷰를 전해드립니다.

 

🎭 [리뷰] 철창 속에서 피어난 거친 감동: 베를린 테겔 교도소의 야외 연극 ‘칼리굴라. 인페르노’

빛바랜 건물의 외벽, 창문마다 촘촘히 박힌 쇠창살, 담장 위를 순찰하는 교도관들. 드라마 *워킹 데드(The Walking Dead)*의 바리케이드를 연상시키는 붉게 녹슨 철제 구조물 무대 뒤로 실제 교도소의 삼엄한 풍경이 그대로 배경이 됩니다.

 

이 특별한 무대에 오른 22명의 배우는 모두 실제 테겔 교도소에 수감 중인 죄수들입니다. 여기에 독일의 유명 밴드 ‘17 히피스(17 Hippies)’의 라이브 연주가 더해져 교도소 마당을 순식간에 뜨거운 예술의 현장으로 바꿉니다.

 

🏛️ 알베르 카뮈와 단테의 만남: 폭군 칼리굴라의 광기

이번 작품은 알베르 카뮈의 철학 희곡 <칼리굴라>와 단테의 <신곡: 지옥편(Inferno)>을 해학적으로 버무린 포스트모던 매시업(Mash-up) 연극입니다.

  • 치명적인 독재자의 광기: 사랑하는 누이를 잃고 미쳐버린 젊은 황제 칼리굴라(수감자 노르만 분)는 사회의 모든 도덕과 규칙을 파괴하며 악마적인 자유를 탐닉합니다. "하늘을 바다에 처박고, 추함과 아름다움을 뒤섞겠다"고 외치며 공포 정치를 시작하죠.
  • 살인, 고문, 그리고 좀비: 온몸에 문신이 가득하고 위협적인 외모를 가진 수감자 배우들이 황제의 경비병이 되어 무대 위를 휘젓습니다. 연출가 페터 아타나소프(Peter Atanassow)의 기발한 연출에 따라, 황제에게 숙청당한 인물들은 무대에서 퇴장하는 대신 좀비가 되어 그르렁거리며 무대를 누비다 마지막에 폭군을 향해 복수를 감행합니다.

🔗 "유죄 판결을 받은 이들이 연기하는 사형수"

공연 초반 관객들은 이 묘한 환경이 주는 '이중적 코드'에 압도당합니다. 무대 위에서 "죄인들을 들라하라!"라는 대사가 터질 때, 관객들은 극 중 사형수뿐만 아니라 실제 무기징역 등을 선고받고 이곳에 수감 중인 배우들의 현실을 동시에 직시하게 되기 때문입니다. 연극은 이러한 묘한 경계를 때로는 날카로운 풍자와 아이러니로 정면 돌파합니다.

 

관객들의 묘한 관음증적 시선은 배우들의 뛰어난 연기와 열정에 이내 사라집니다. 관객들은 수감자들이 부르는 리오 라이저(Rio Reiser)의 음악에 맞춰 몸을 흔들고, 우스꽝스러운 장면에서는 함께 폭소를 터뜨립니다.

 

폭군 칼리굴라와 그의 연인이 교도소 마당을 가로지르며 부드럽게 춤을 추는 대목에서는, 늘 굳은 표정을 짓던 교도관들의 얼굴에도 부드러운 미소가 번질 만큼 극적인 해방감과 인간적인 감동을 선사합니다.

 

⚠️ 30년 역사의 교도소 사회복지 예술, 그러나 불투명한 미래

이번 공연은 베를린 전역의 교도소를 돌며 약 30년간 수감자 교화 연극을 이끌어온 극단 '아우프브루흐' 역사상 가장 큰 규모의 제작 중 하나입니다. 극치에 달한 예술이 삭막한 교도소라는 공간 속에 가장 인간적인 가치를 불어넣을 수 있음을 증명한 '문명화된 기적'과도 같은 무대입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이 국제적인 모범 교화 프로젝트는 최근 베를린 시정부의 급격한 예산 삭감으로 인해 한때 존폐 위기에 몰렸었으며, 현재도 여전히 불안정한 미래와 싸우고 있습니다.

 

📅 공연 및 예매 정보

  • 공연명: Caligula. Inferno (테겔 교도소 야외 극장)
  • 공연 일정: 7월 2일까지 다수 회차 진행 (매일 17:30 시작)
  • 티켓 및 문의: ☎ 24065777 / www.gefaengnistheater.d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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