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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뉴스

770개 계단 끝에 마주한 한계: 베를린 소방관들의 뜨거운 사투

부지런한나무늘보 2026. 4. 19. 05: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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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9층 높이, 무거운 공기호흡기와 풀장착한 장비. 유럽 최대 규모의 소방 경진대회에 참가한 800명의 소방관들이 시간, 고통, 그리고 자기 자신과의 싸움을 벌였습니다.

 

다리 근육이 비명을 지릅니다. 몸은 "이제 그만해!"라고 신호를 보내고, 심장은 터질 듯 요동치며 폐는 쉴 새 없이 공기를 갈구합니다. 머리에 쓴 헬멧, 두꺼운 방화복, 등에 멘 공기호흡기와 산소통은 시간이 갈수록 천근만근 무거워집니다.

 

하지만 머릿속에서는 다른 목소리가 들립니다. "조금만 더!" 알렉산더 광장의 파크 인 호텔 옥상 테라스가 이제 얼마 남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이건 단순한 훈련이 아니라, 기록을 겨루는 '베를린 소방관 계단 오르기 대회'입니다.

 

베를린 소방서 소속의 안야 밍케(Anja Minke) 씨는 마지막 770번째 계단을 밟고 나서야 멈췄습니다. 정상에 올라서자 누군가 그녀의 목에 메달을 걸어주었습니다. 숨을 고른 그녀는 "나 자신과의 싸움에서 이겼다"며 웃어 보였습니다. 거친 숨이 놀라울 정도로 빨리 잦아드는 모습에서 베테랑의 포스가 느껴졌습니다.

 

유럽 최대 규모의 소방 축제

올해로 14회를 맞이한 이 대회는 유럽에서 가장 많은 소방관이 참여하는 경진대회입니다. 이번 토요일에 열린 대회에는 남녀 소방관 약 800명이 참가했습니다. 현장직 소방관이라는 직업 특성상 남성 참가자가 대다수지만, 최근에는 여성 소방관들의 참여도 눈에 띄게 늘고 있습니다.

 

안야 밍케 씨는 베를린 직업소방서 본부와 바르텐베르크 의용소방대에서 활동하고 있습니다. 그녀는 "현장에서 고층 빌딩 화재 신고를 받는 경우가 종종 있다"며, "불이 나면 계단을 한 층씩 확인하며 올라가야 하기 때문에 이 대회는 단순한 스포츠 이상의 의미가 있다"고 말합니다. 그녀는 이번 대회를 위해 인터벌 트레이닝과 스태퍼 운동으로 꾸준히 체력을 길러왔다고 하네요.

전통과 열정이 가득한 옥상 테라스

이날 오후 옥상 테라스는 완주에 성공한 소방관들로 북적였습니다. 덴마크 팀이 계단실을 빠져나오자 확 트인 베를린 시내 전경과 함께 건너편 텔레비전 탑(Fernsehturm)이 한눈에 들어옵니다. 스피커에서는 덴마크 팀을 환영하는 응원가가 울려 퍼졌습니다.

대회 시작 전 백파이프 연주단이 참가자들의 앞길을 열어주는 것이나, 도착 후 버저를 누르는 퍼포먼스(현재는 자동 측정 방식이지만 전통을 위해 유지됨) 등 이 대회만의 독특한 전통들이 축제의 재미를 더했습니다.

 

기록은 단 5분 23초! 현실과 맞닿은 도전

대부분의 소방관은 완주까지 약 10분 정도 걸립니다. 계단실 곳곳에서는 소방관들의 공기호흡기에서 새어 나오는 "치익-" 하는 거친 숨소리가 끊이지 않았습니다. 20층에 도달하면 호텔 복도를 지나 다른 계단실로 옮겨가야 하는데, 청소 중이던 호텔 직원이 소방관들의 기세에 놀라 잠시 몸을 숨기는 진풍경이 벌어지기도 했습니다.

 

현재 이 대회의 최고 기록은 5분 23초입니다. 2022년 폴란드 팀이 세운 기록이죠.

 

참가자 중 한 명인 니클라스 브룬징(Niclas Brunsing) 씨는 이번이 두 번째 도전입니다. 그는 이 대회가 실제 현장과 매우 닮아있다고 말합니다. "한번은 142m 높이의 아마존 타워에 출동한 적이 있는데, 장비를 다 메고 35층까지 걸어 올라가야 했죠. 그때 이 훈련이 얼마나 중요한지 뼈저리게 느꼈습니다."

누구나 도전할 수 있는 무대

이번 대회에는 소방관뿐만 아니라 연방 경찰관들도 참여했습니다. 경찰은 산소통 없이 헬멧만 쓰고 뛰지만, 그 열정만큼은 소방관 못지않았습니다. 순위는 연령대와 성별, 혼성 팀 등 8개의 카테고리로 나뉘어 매겨졌습니다.

 

첫 출전인 스테파니 헤겔레(Stefanie Hägele) 씨와 요한나 죄르피(Johanna Györffy) 씨는 "소방서에 여성 인력이 늘고 있지만, 더 많은 여성이 도전했으면 좋겠다"며 이번 대회가 좋은 홍보가 되길 바란다고 전했습니다.

 

대회를 마친 안야 밍케 씨는 다시 1층으로 내려가기 전, 옆에 새로 지어진 고층 빌딩을 유심히 바라보며 농담 섞인 한마디를 던졌습니다. "저 옆 건물은 이 호텔보다 몇 층은 더 높아 보이는데, 다음엔 저기서 뛰어야 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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